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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현장에서] ‘유동성 파티’ M&A시장, 곳곳서 잡음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촉발된 ‘유동성 파티’가 부동산·주식시장뿐 아니라 인수·합병(M&A)시장까지도 흔들고 있다. 기업 몸값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면서 조 단위 빅딜이 연일 뉴스를 장식 중이다. 하지만 치솟은 눈높이만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산정)을 둘러싼 잡음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최근의 밸류 기대치 폭증은 성장 플랫폼 기업일수록 집중되는 모습이다. 미국에 상장한 쿠팡은 한때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었고, 이 영향은 국내 플랫폼기업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올해 M&A시장을 ‘플랫폼 전쟁’으로 묘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3조4000억원에 이마트에 팔렸고,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는 9000억원, 패션 플랫폼 W컨셉은 3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고 새 주인을 찾았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 인수전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각축전으로 진행되면서 흥행을 거듭했다.

매물을 받아줄 시장 유동성은 충분하다. M&A의 한 주체인 기업들의 곳간도 풍부하지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의 자금력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경영참여형 PEF의 개수는 835개, 출자 약정액은 97조1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이들의 신규 펀드 조성이 더해지면서 이미 약정액은 1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PEF뿐 아니라 VC, 기업들의 신규 사업 발굴 투자금까지 더하면 M&A시장 유동성은 역대급으로 극대화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례 없는 유동성의 홍수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면서 기존의 밸류에이션 공식들이 깨지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익창출력보다 미래 성장가능성에 훨씬 큰 비중을 두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시각차가 커지면서 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딜 자체가 틀어지거나 장기화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앞서 매도 측에서 최대 2조원의 몸값을 희망했던 요기요는 매수자 측과 시장지배력 전망에 대한 차이로 결국 대폭 깎인 8000억여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비트코인 광풍으로 몸값이 급등했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매도 측의 높은 밸류 기대치와 달리 규제 리스크 등을 고려한 매수 측의 눈높이 차로 거래가 끝내 불발됐다.

소위 성장산업 섹터 밖에서 진행되는 M&A도 밸류에이션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소송전으로 비화된 남양유업 M&A는 매도 측인 홍원식 회장 측이 ‘헐값에 팔았다’는 인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앤컴퍼니 측은 계약한 인수 가격이 멀티플 12배가량의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고밸류를 떠받드는 유동성과 기대, 두 가지를 절충할 양자 간 합의와 합리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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