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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만의 리그에서 투자자들 위한 리그로…“다 바꾸겠다”는 증권가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 ‘메기’ 등장
위기의식 느낀 기존 증권사 ‘변화 바람’
신규 MTS·유튜브·새로운 고객 서비스
증권가 “우리가 바뀌면 더 잘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의 등장이 증권사 내부 위기 의식을 키운게 맞습니다. 이미 내부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새로 등장한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을 두고 ‘메기’를 넘어 ‘고래·상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터넷금융회사의 등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허리케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기존 금융투자업계에 변화를 부르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기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파격적인 변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의 동력은 다름 아닌 주식 투자의 대중화다. 투자 인구가 기록적으로 늘었고, 투자자들의 성향 또한 달라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투자 계좌의 쏠림 현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개월 만에 국내 주식 거래 계좌 수가 1000만개 증가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신규 계좌가 토스증권에서 나왔다. 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출시하지도 않은 카카오페이증권 가입자수는 이미 지난 8월 500만명을 넘겼다. 토스증권의 경우 400만명 중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카카오는 500만명 중 180만명에 달한다. 직장인 김희수(29) 씨는 “기존 증권사의 MTS의 경우 너무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용할 때에도 거부감이 있었다”며 “일명 토스픽이라는 주식의 수익률이 대박나는 것을 보고 넘어왔는데 이용 편의성도 좋아 토스 MTS를 앞으로도 쭉 사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신규 투자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은 이른바 2030 세대들이 차지한다. 이들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을 잡겠다며 고객친화 서비스를 앞장세운 증권사들은 MZ세대를 위한 증권사를 표방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먼저 딱딱하고 난해한 용어로 가득한 리포트의 변화를 도모한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 중 의미있는 리포트를 선정 후 문답형식이나 블로그 포스팅 방식으로 재구성해 게시해주는 투자연구소를 오픈했다. 공급자 마인드를 벗고 주린이의 눈높이에서 어려운 리포트를 재가공해 투자정보를 쉽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증권사들의 핵심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 대신 영상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에 직접 출연해 투자자들과 소통한다. 이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유튜브 채널은 이른바 ‘염블리’로 불리는 염승환 이사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삼성증권은 모바일 동영상 투자교육 사이트인 투자스쿨을 오픈해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스쿨은 고급반, 중급반, 초급반 등 마치 대학입시 강의를 연상시킨다. 투자스쿨의 교장인 ‘다비다'가 출연한 시트콤 시리즈는 유튜브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증권사들의 유튜브 구독자 늘리기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키움증권을 필두로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등이 이미 구독자 100만명을 넘겼고, 조회수 1억뷰 시대도 열었다.

과거 일방적인 홍보로 일관하던 구태도 버렸다. 철저하게 구독자 중심의 투자 정보 콘텐츠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 유튜브 채널이 국내 투자 정보, 글로벌 증시, 금융투자 상품, 세금 등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역대 최대의 공모주 투자 열풍은 공모주 청약 시간의 변경까지 불러 왔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제한된 시간에만 가능했으나 삼성증권을 필두로 밤 10시까지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게 바뀌었다.

증권사 내부의 조직 변혁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증시 활황 속에서도 증권사는 지점을 줄여 나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온라인 자산관리 열풍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또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를 탈피하기위해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의 등장에 금융투자업계의 혁신 흐름이 한층 빨라진 것이 분명하다” 라며 “기존 증권사들의 변화가 단순히 변해야한다는 막연한 형식적인 변화에 그칠 지, 본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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