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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영병 잡는’ 정해인 “4~5개월, 촬영 아닌 군생활 같았다”
‘D.P.’ 정해인의 리액션 위주 연기, 어떻게 힘을 발휘했을까?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대 군인 ‘디피’의 주연배우 정해인이 “‘디피’는 고증이 잘돼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한 후 “‘1화를 보고 쉬려고 했는데 그냥 끝까지 다봐버렸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디피(D.P.)’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에게는 괴로웠던 군복무 기억을 소환하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여성에게도 공감대를 선사하고 있고, 해외 반응마저 뜨겁다. 단, 아들을 곧 군대에 보내야 하는 어머니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원작이 실제 디피로 복부했던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어서 매우 사실적이다. 선임들의 후임에 대한 괴롭힘 등 부대에서는 숨기고 싶은 ‘날 것들’이 여과 없이 묘사돼 충격을 더한다. 상관들의 폭언, 폭행은 기본이고 코를 고는 병사에게는 방독면을 씌워 괴롭힌다. 선임이 보는 데서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변태적인 얼차려 모습도 나온다.

‘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대 군인인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약자)의 이야기다. 정해인(안준호 역)과 구교환(한호열 역)이 한 조가 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한다.

여기서 정해인은 군대를 이탈한 병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안준호’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디피는 2014년이 배경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픔 사고가 있었다. 저는 그 전에 군 복무를 했다. 무거운 주제지만 공감이 될 것이다. 특히 군대 갔다오신 분들은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군대가 좋아지고 있고, 더 좋아져야 한다. 극중 문제들도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회인 6화의 부제가 ‘방관자들’이다.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가만히 있는 것도 동조를 한 것이다.”

정해인의 이 말을 들으니, 드라마속 두 개의 대사가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첫번째는 병사 누나가 정해인에게 했던 대사, “그렇게 성실하고 착한 애가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다. 두번째는 매번 후임을 괴롭히던 병장 황장수(신승호 분)의 “이래도 되는줄 알았어”다.

“나도 그 대사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괴롭힘을 어떻게 없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군대 생활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그 말을 듣고 화가 났을 것이다. 군대 내부에서뿐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회사나 집단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라 울림이 큰 것 같다.”

정해인은 탈영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관찰자의 심정으로 무색무취한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을 덜 돋보이게 하는 전략이 오히려 준호 캐릭터의 존재감을 살렸다.

“내가 두드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탈영병을 잡는 얘기니까, 탈영병 이야기가 잘 나와야 한다. 물론 준호도 탈영병을 잡아 성장하지만, 내가 돋보이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너무 딱딱하면 힘이 떨어지므로, 파트너인 (구)교환이 형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이어졌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를 물어봤다.

“픽션이지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한호열(구교환) 상병과 유머러스한 호흡으로 완급조절을 한다. 너무 한 쪽에 치우쳐 무겁게만 다가가면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감독이 지휘자로 이를 조율해줬다. 저의 애드립은 이등병이라 거의 리액션이다. 교환이 형이 어떤 말을 하면 반응한다. 텐션 조절에 신경을 썼다.”

정해인은 안준호를 “문제점을 안에서 찾는 인물”이라고 했다. “자주 자책한다.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지킬 수 있었는데, 하고 자택하며 융통성 없는 인물이다. 액션보다는 리액션 위주로 안준호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정해인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등 달달한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차별화된 스토리와 달라진 캐릭터를 맡았다.

“이전 작품속 모습을 탈피하고자 선택한 것은 아니다. 감독이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믿음이 갔다. 우리끼리 으샤으샤 하며 촬영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준희 감독님은 인간 존중이 바탕에 깔려있다. 가장 큰 것은 원작으로,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었다. 6개짜리 대본을 접했을 때, 제 캐릭터보다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지부터 봤다.”

정해인은 안준호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복싱을 배워 액션에 대비했다.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 함께 한 배우들과의 분위기가 중요했던 것 같았다.

“나는 2011년에 제대했다. ‘60트럭’ 운전병이었다. 위병소 밖을 자주 나갔다. 라디오를 틀면 바깥과 소통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좋았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조석봉 일병을 맡은 조현철 선배는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보는 나도 답답하고 화가 났을 정도였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올 수 있는 배우도 있을 것 같았다.”

정해인은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니 힘들 수도 있다. 4~5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촬영이 아니라 군생활 하는 것 같았다”면서도 “내무반 경험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촬영이 군체험 프로젝트 찍는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리얼하게 찍었다. 군대를 갔다온 배우와 스태프들이 많아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넘쳤다. 그래서 배우들이 디테일을 더 잘 살려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디피’가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청춘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고, 뭔가 스스로에게도 많은 성과와 배움을 준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디피’를 잘 봐줘 시청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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