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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유승민 ‘저질 공방’…정권교체도 ‘주술’로 할텐가[현장에서]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벌써 일주일째다. 손바닥 ‘왕(王)’자로 시작된 주술·미신 논란이 ‘항문침 전문가’와 ‘정법’을 넘어 ‘삿대질’ 공방까지 번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짚으로 만든 저주인형(제웅)마저 튀어나오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어디 저잣거리에서나 있을법한 낯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판은 놀랍게도 제1야당 대선 경선이다. 그것도 군소 후보들 간의 논쟁이 아닌, 지지율 1, 3위 유력 후보간 싸움이다. ‘개그콘서트가 망하는 이유가 있다’는 비아냥이 지금처럼 어울리는 때가 없다.

때 아닌 ‘주술 경선’의 발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자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치러진 5차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온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전 총장측은 “지지자가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달 26·28일 3·4차 TV토론에서도 ‘왕’자를 적은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뒤를 이은 것은 ‘항문침 전문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6차 TV토론에서 ‘항문에 침을 놓아 병을 치료한다는 이른바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가 윤 전 총장과 밀접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즉각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지만, 유 전 의원측은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근거로는 지난 6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이병환씨가 윤 전 총장과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들었다. 곧 유 전 의원이 과거 이병환씨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다소 머쓱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절정은 두 후보간 ‘삿대질’ 진실공방이다. 6차 토론이 끝난 후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유 전 의원측은 윤 전 총장이 토론 후 유 전 의원에게 “(천공스님의) ‘정법’을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삿대질을 하고 가슴을 밀쳤다고 주장한다. 윤 전 총장측은 “오히려 유 전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윤 전 총장의 손을 뿌리치고 갔다”고 반박했다. 아무리 토론이 격화되더라도 후보들 사이에 물리력 행사 논란까지 일었던 적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2차 예비경선은 ‘주술 경선’이라는 딱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점검해야 할 TV토론은 온통 주술·미신 공방으로 점철됐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시대라는데 시대착오적, 퇴행적이라는 말도 모자란다. ‘정책 논쟁’은 너무 큰 기대였나 싶다.

“그렇게 절실하면 각 캠프에서 아예 돼지머리 상에 올리고 대권기원 고사를 지내든지”라는 진중권 전 교수의 조롱에 공감이 간다.

‘주술의 늪’에 빠진 국민의힘 경선, 부끄러움은 왜 국민들의 몫인가.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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