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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모두 ‘인재영입’ 사고 뻔한데…인재 못키우는 대한민국 정당들 [정치쫌!]
여야 모두 영입 사고… 이유 다르나 구조는 유사
빠른 판단 위해 지도부 직접 나서…검증 불가·사고 필연
“당이 투자해서 인재 길러야”… 마크롱 나오겠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이재명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교수.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대통령 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인재영입’ 전쟁에 돌입했다. 문제는 올해 대선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젊은층을 잡기 위해 선두에 내세웠던 젊은 영입인재들이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조기 낙마하면서다. 문제를 자각한 여야 캠프에선 ‘영입 보류’를 선언하고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때마다 반복되는 영입 사고는 결국 정당이 인재 육성을 외부에 의존하면서 투자에 게을리 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 ‘일단 보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직을 물러난 이후 인재영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자성 목소리가 있었다. 일단은 인재영입보다는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조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방정책위-스마트강군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조 교수는 지난 11월 29일 저녁 한 언론의 보도로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민주당 측은 보도 직후 당일 저녁 부랴부랴 관련 자료를 배포했고, 다음날인 30일 ‘우주항공 전문가’를 타이틀로 조 교수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조 교수가 상임선대위원장직 임명식이 열리는 당일 오전부터 조 교수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소문이 온라인 상에서 파다하게 퍼졌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상임선대위원장직에 임명된지 불과 사흘 뒤 직을 내려놨다. 이 과정에서 조 교수는 개인사적으로 치명적인 아픔까지 공개 해야 했다. 일부 언론에선 조 교수에게 해를 가한 인사를 찾아내겠다며 신원 불상의 가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권성동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노재승 ‘결국 사퇴’= 국민의힘에선 노재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비니좌’로 유명세를 탄 노씨는 지난 9일 오후 전격적으로 사퇴 입장을 밝혔다.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면 돌파’ 기류가 감지됐으나 5·18 폭동 언급과 김구 비하, 재난지원금 개돼지 발언 등 노씨의 과거 발언이 재차 문제가 되자 결국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측이 나서서 노씨를 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노씨는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불거진, 과거 제 소셜미디어에 남겼던 글에 대한 논란은 해명보다는 인정을 그리고 사과를 해야 했지만 아직 덜 자란 저의 마음의 그릇은 미처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함익병씨를 영입한 뒤 사흘만에 입장을 번복했고, 노씨 거취와 관련해선 나흘만에 사퇴로 입장을 정리했다.

노씨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 사무총장은 “선대위 조직이 한 90여 일간 유지되는 한시적 조직이고, 우리가 생각이나 SNS를 다 들여다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검증에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다”고 인정했다. 권 총장은 ‘함익병씨에 이어 인사 검증 실패로 후보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 비판을 달게 받는다”고 답했다.

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연합]

▶하향식·무검증= 불과 1주일 사이 여야 모두 자당이 공들여 영입한 인재가 임명된 후 불과 며칠만에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어 불명예 퇴진하면서 여의도 안팎에선 정치권이 선거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왔던 ‘인재영입’의 밑바닥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장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하향식 영입이다.

불명예 퇴진한 최근 인사들은 모두 여야 지도부급 인사들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교수의 경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영입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노씨의 경우엔 권성동 사무총장이, 함씨의 경우 김종인 위원장 추천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아래에서부터 추천한 인사가 최종 영입 인재로 확정되는 구조가 아닌 지도부가 낙점한 인사가 전격 영입이란 이름으로 당 선대위에 참가하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이의 제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당 최고 지도부의 결정이기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일단 쉽지 않고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검증 과정이 생략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다. 선대위 관계자는 “당대표가, 당 사무총장이 낙점한 인사인데 누가 거기에 토를 달겠느냐. 윗선으로 단계를 밟아 보고가 올라가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책임 분산이 목적이기도 한데, 최고 책임자가 찍었으니 나머지는 무사천리”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 최고 지도부가 영입전에 나서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체계 밟았다간 대선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 교보타워에서 열린 '박용진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용진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

▶영입전 ‘수렁’=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 ‘인재영입’ 경쟁 역시 영입 사고의 원인 중 하나다. 캠프 관계자는 “때마다 영입할만한 인재를 물색하라는데 쓸만한 사람들은 지난번 총선 때 이미 대부분 추천했던 인사”라며 “불과 1년여만에 똑똑한 영입인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또 대부분 영입인재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사들이 많은데, 이럴 경우 여야가 동시에 영입전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유명세와 인지도를 지향하다보면 자칫 ‘껍데기’ 뿐인 인사가 추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인재영입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외부수혈’을 연례 행사처럼 하게 된 근본 원인이 결국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청년 발굴·육성을 하지 않고 (인재를) 당 밖에서 누군지도 모른 채 데려오는 건 비극”이라며 “(마구잡이식 인재영입은)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당의 밑천을 드러내는 거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베를린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인 프란치스카 기파이는 독일 정당이 육성했다. 육성과 도전의 기회 없이 마크롱을 얘기하겠냐”며 “나는 토니 블래어가 되고 싶었고 마크롱이 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병국, 유승민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만든 ‘청년정치학교’를 예로 들며 “지금 실제 국민의힘의 중요한 곳에 진출한 청년활동가 정치인들이 다 여기 출신이다”라고 강조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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