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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대?·배석자?·의제?… 윤석열·이재명 ‘용산 회동’ 관심 집중[이런정치]
영수회담 성격… 尹 대통령- 이재명 대표 ‘무슨대화?’
취임후 2년 가까이 野 대표 안만난 윤석열 대통령
‘채상병 특검’ 의제?… 의대 정원 문제도 논의 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헌화와 분향을 위해 기념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다음주로 확정되면서 의전과 회담 방식, 배석자, 의제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수차례에 걸친 회동 요청에 ‘여당 대표를 만나라’, ‘피의자와 회동 불가’ 등의 이유로 거절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면서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커졌고, 때문에 역대 가장 늦게 야당 대표를 만나는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게됐다.

▶영수회담? 양자회동?=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에 대한 성격 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의 경우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가리키는 용어는 ‘영수회담(領袖會談)’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다수당 대표가 입법부 대표 자격으로 만나는 것이 영수회담이다. 그러나 여기엔 다른 해석도 있다. 영수회담의 본래 의미는 특정 집단의 대표 또는 뛰어난 사람이 의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다. 따라서 ‘영수회담’의 본래 의미는 여야 대표의 만남을 카리킨다는 것이 통설이다.

다만 과거엔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의 대표격인 ‘총재’를 겸임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총재직을 계속 유지했던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 대표의 자격이자 행정부 수반과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영수회담’으로 부르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것이 굳어지면서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영수회담’이라는 설명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이는 과거 잔재라는 지적도 여전히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를 싫어 한 것으로 알려진다. 참여정부는 ‘당정분리’를 철학으로 삼았고, 이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아예 없애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과거 “나는 행정부 수장이지 여당 영수가 아니다. 영수회담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표끼리 만나 회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현재로선 ‘양자회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부터 5분 간 이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용산에서 보자’고 했고, 이 대표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호응하면서 다음주 중 두 인사가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양측은 회담 날짜와 대화 의제, 배석자, 형식 등 구체적 방식에 대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만남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의 패배 후 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 및 협치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성사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5분간 통화는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 제안한 뒤 성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이재명 회동… 역대 가장 늦어= 윤 대통령은 역대 가장 늦게 야당 대표와 만난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다. 대통령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장 짧게는 취임 당일(문재인 전 대통령), 길게는 110일만에 야당 대표와 회동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 93일 만인 그해 5월 28일 야 3당 총재와 청와대에서 만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10일만에 야당인 민주당 이기택 대표와 회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에 한나라당 조순 총재와 단독 영수회담을 가졌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는 재임 기간 중 모두 8차례 만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4일만에 김종필 총재와 만나 만찬을 했으며,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북핵 사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59일 만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야당인 통합민주당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 등 양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 회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46일 만에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야당 대표인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 될 가능성과,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피의자와 만날 수 있겠냐’, 야당 대표는 여당 대표부터 만나라는 등의 이유를 내놓은 바 있다.

양자 회동이 성사되면서 의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이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까지 본인의 차로 이동하느냐부터 조찬·오찬·만찬 등 식사 방법, 티타임 형식의 사전 인사와 회의장소 및 배석자는 누가 될 것이냐 등도 모두 관심사다. 배석자의 경우 대통령실에선 비서실장-홍보수석 등이 할 개연성이 있고, 이 대표 측에서도 비서실장과 당대변인 등이 참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비공개 독대회동을 진행할지 여부 등도 관심이 집중되는 포인트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 기념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

▶채상병 특검·의대정원… 현안 산적= 대통령과 국회 1당 대표와의 만남에선 사전 ‘의제 조율’ 과정도 진행된다. 때로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클 경우 회동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번 회동의 경우 그간 만남을 거부하던 윤 대통령 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만남이 지체됐다는 점, 총선 패배로 ‘협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사 될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대 현안은 오는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민주당 등 야당이 벼르고 있는 ‘채상병 특검’ 법안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및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의 공천 등이 모두 대통령실이 사건 처리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증거라고 의심을 품고 있다. 장관의 결제를 하루만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 있었느냐도 야당이 채상병 특검을 통해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지점이다.

2달을 넘어선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회동 의제에 오를 공산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 총장들이 제안한 ‘50% 자율 증원’ 방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론적으론 기존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서 1000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그간 ‘합리적 숫자’를 제시하고, 순차적 정원 증원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제안을 윤 대통령이 받으면서 ‘전격적 타협’이 이뤄질 개연성도 열려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선 제2양곡관리법과 가맹사업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민생 법안들 역시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요구했다. 또 민주당은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방안이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양자 회동 또는 ‘영수 회담’이 극단으로 치닫던 정치권의 갈등 양상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민주당은 법안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선 이후 계속됐던 양측의 갈등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일정 부분이나마 완화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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