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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류업 ‘계획서’ 상장사 숙제해결 급급?…회계법인 웃음꽃 피나
기업 특색 맞춰 ‘미래계획’ 담아야
유동성 배분계획 포함
기재사항에 현금 유·출입 예상치 작성
신뢰성 검증 방안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눈치싸움’ 반복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5.2 [한국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시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기업 자체역량 만으로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금유입·유출 등 유동성 배분계획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펌을 비롯한 공신력 있는 기업·기관의 역할수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및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이 지난 2일 공개됐다.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계획서에는 ▷기업개요 ▷현황진단(사업현황·재무지표·비재무지표) 등 기업의 과거·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등 미래계획도 종합적으로 담긴다.

기본적으로 상장사가 직접 작성해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가 권장된다. 정해진 서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일 공개된 해설서 내 ‘참고서식’ 항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담길 필요가 있는지 기재사항 파악이 가능하다.

유동성 배분 계획 작성 예시 갈무리 [출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

과거·현재 현황을 정리하는 영업보고서·사업보고서와는 달리, 기업가치 제고계획에는 ‘미래계획’을 상세하게 공개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향후 3~5년 등 목표설정 기간동안 예상되는 현금 유·출입 등 유동성 배분계획도 포함되는데, 기업 내부역량으로 소화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업계 전망이 갈린다. 영업·자산매각·자금조달 계획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할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지출 및 향후 배당계획 등이 감안돼야한다.

회계사 A씨는 “해당 지표를 산출하기 위해선 현금흐름추정이 필요한데 상장사 실무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망치를 내놓을 수 있는 회계법인 등 자문사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허위공시를 금지하고 있어 제출수치에 대한 명확한 근거설정이 요구된다는 점 또한 자문사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허위 공시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허위내용기재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할 때 부정거래행위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조항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 누적으로 인한 매매거래 정지 혹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담길 내용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공시담당 업무를 보고있는 B씨는 “목표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성실공시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지만 수치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도입 과도기에 기업들이 겪었던 혼란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율공시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기업의 과거·현재 현황과 미래 목표가 담긴다. 보고서의 신뢰성을 검증받기 위해 기업들은 인증원·센터 등 제3자에 컨설팅료를 지불한 뒤 보고서 하단에 인증마크를 넣는다.

기업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C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누가 먼저 발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수준 높은 보고서를 내는지를 두고 기업 간 눈치싸움이 있었다”며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자율성이 있다지만 강제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고, 계획서에 담기는 내용을 검증받기 위해 자문사 도움을 받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회사 청사진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연구·개발(R&D) 비용지출 확대 등의 계획이 있거나 자금조달이 예정된 기업이라면 투자자와 적극적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존 IR부서에서 하던 업무와 큰 차별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미래계획을 알려 기관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는 이미 상장사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분기별 IR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국내외 NDR(Non-Deal Roadshow) 등을 통해 투자자와 스킨십을 지속하는 경우다.

상장사 인수·합병(M&A) 경험이 있는 투자업계 종사자 D씨는 “기업에 또 하나의 숙제가 주어진 셈인데 기업 준비에 따라 각사가 제시하는 정보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또한 구체적인 정보가 시장에 제시됐다고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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